잼버리 대체 프로그램, 대회 취지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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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실 아님
[요약]
- 태풍을 고려해 새만금 대회장 철수를 결정한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전국 각지에서 대회 취지를 살린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발표
-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이름 붙여진 계획에는 페스티벌 참가, 공연 관람, 문화 행사 참여, 견학, 템플스테이 등이 포함됨
- 하지만 세계스카우트연맹 가이드라인을 확인한 결과, 대체 프로그램들은 잼버리 프로그램이 반드시 포함해야 할 9개 조건 가운데 7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
- 따라서 야영장을 떠나서도 대회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
[검증 대상]
“프로그램은 케이(K)-컬처에서부터 자연환경, 첨단산업 현장 견학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으며, 새로운 체험과 모험, 교류라는 잼버리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 운영된다”라는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 보도자료 내용
[검증 방법]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0809_세계잼버리 문화체험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확인했습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발간한 을 확인했습니다. 여성가족부 브리핑 자료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준비 상황 발표’를 확인했습니다.
[검증 내용]
대회 중단 아니라는 정부..“관광처럼 보여”
지난 7일,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인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 전원의 조기 철수가 결정되었습니다. 정부는 8일부터 1천 대 이상의 버스를 동원하여 3만 6천여 명의 잼버리 대원들을 전국 각지로 대피시켰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주무 장관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만금 잼버리는 더 이상 새만금에서 이뤄지지 않지만, 대한민국 전역에서 여전히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회 중단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체 프로그램을 통해 잼버리를 계속 진행한다는 겁니다.
각국 대원들은 전국 8개 광역지자체로 흩어졌습니다. 대회 개최 당시부터 영외 행사로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던 전라북도를 제외하고, 지자체들은 하루 만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촉박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스카우트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대체 프로그램 목록을 보면, 기업 탐방이나 관광지 방문, 문화예술 공연과 스포츠 경기 관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 지자체별 주요 프로그램 목록(출처=잼버리 조직위원회)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이건 사실상 관광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습니다. 그렇지만 정부 설명대로 이런 행사도 잼버리 취지에 맞는 것이라면, 관광이란 비판은 부당할 수 있습니다.
대체 프로그램, 잼버리 취지 살렸다?
잼버리 대회는 세계 각지에서 장소를 바꿔가며 4년마다 열립니다. 이 때문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각 대회가 갖춰야 할 요건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보고서입니다. 여기엔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항목도 담겨있습니다. “잼버리 프로그램은 반드시 다음을 포함해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제시된 9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잼버리 프로그램 규정(출처=세계스카우트연맹, MBC)
1. 글로벌 개발 문제에 초점을 맞춘 활동
2. 서로의 문화, 생각,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참가자들의 다양성에 중점을 둔 활동
3. 참가자들이 자신의 믿음을 수련하고 되돌아보며, 다른 종교를 이해하는 활동
4. 캠프 생활의 형태
5. 청소년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기회
6. 스카우트의 지역사회 참여 측면을 반영하는 활동
7. 자연환경 속 모험을 위한 기회
8. 개최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차원의 활동
9. 참가자들이 특별한 계획 없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 시간
이를 바탕으로 야영지를 떠나 진행된 행사들이 대회 취지에 맞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대원들이 기숙사, 호텔, 기업 연수원 같은 2인 1실 형태의 숙박을 하게 되면서 4번(캠프 생활) 조건과 어긋나게 됐습니다. 또, 2번(다양성)과 9번(자연스런 교류)도 국가별로 뿔뿔이 흩어진 탓에 불가능해졌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짜준 일정에 맞춰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5번(청소년이 의사결정), 6번(지역사회 참여)도 충족하지 않습니다. 7번(자연환경 속 모험) 조건 역시, 대체 프로그램 대다수가 도시 내에서 이뤄지고, 그나마 있던 야외 활동도 태풍 때문에 취소되면서 맞지 않게 됐습니다. 1번(글로벌 개발 문제) 조건은 무엇을 말하는 건지 다소 모호합니다. 2019년 미국 잼버리 당시 영상을 보면, 국가 간 빈부 격차나 자원 문제, 기후 변화 등을 소개하는 부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문화, 체험 행사 중심인 대체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취지에 맞는 행사를 찾을 수 있는 조건은 3번(종교)과 8번(개최국 문화 이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와 김치 만들기, 도자기 체험, 전통 놀이 참여 같은 일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존재합니다. 지역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서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참가자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인천의 경우 도시 투어, 기업 방문, 대학 견학, 행사와 스포츠경기 참관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교 규정된 9개 조건이 무엇하나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겁니다.
▲ 인천광역시 프로그램 목록(출처=잼버리 조직위원회)
지난 11일 열린 폐영식에서 아흐메디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도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행사가 통상적인 대회와 달랐음은 물론, 제대로 된 행사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깔려있는 문장입니다. 이런 인식만 봐도 대체 프로그램이 잼버리 취지에 맞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태풍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정부는 이런 사태는 태풍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태풍으로 장소 변경이 불가피했고, 따라서 기존에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에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태풍의 가능성과 대응 방안이 언급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지난달 25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준비 상황 발표 브리핑에서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태풍이나 폭우를 대비해 5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실내 대피소를 지정해놨다고 김 장관은 답했습니다. 답변 내용대로라면 태풍이 오더라도 대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이동할 필요는 없던 겁니다. 원래 예정했던 프로그램 대신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 세계스카우트 준비 상황 발표 브리핑(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 MBC)
그럼에도 정부는 대피소 이동 대신 ‘지자체 분산’이라는 선택을 했습니다. 태풍을 출구 전략으로 활용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폭염과 위생 문제로 여론은 악화되고 일부 참가국이 초기 철수를 결정하며 대회가 파행으로 치닫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잼버리 취지에서 벗어난 프로그램이 급조된 건,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보다는 총체적 준비 부족의 영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검증 결과]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발간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한 결과, 지자체에서 마련한 대체 프로그램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프로그램이 반드시 포함해야 할 9개 조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잼버리 대체 프로그램이 잼버리 취지를 살렸다는 조직위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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