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다투는 '간호법', 다른 나라도 많이 제정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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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실
[요약]
- 의협은 간호법 제정 반대를, 간호계는 간호법 제정을 주장한다.
- 의협은 OECD 38개국 가운데 11곳만 독립적인 간호법이 있다고 밝혔고, 간협은 OECD 회원국은 33개, 전 세계 96개국이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맞섰다.
- 간협은 간호사의 업무와 책임을 독립적으로 규율하고 있는지를 주된 기준으로 삼았고, 의협은 단독법 형태의 간호법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 간호법을 다룬 학술논문들은 전 세계 8~90여 개국이 개별법으로 간호법을 규정하고 있다고 봤기에 '간호법은 다른 나라도 많이 제정한 법이다'는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검증대상]
의사-간호사 다투는 '간호법', 다른 나라도 많이 제정한 법이다
[검증방법]
의료법
국민의료법
언론 보도 (2005년 간호법 관련, 2019년 간호법 관련, 의협 입장, 간호계 입장, 복지부 입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호법 대안
보건복지부, '2022 보건복지통계연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 보도자료
대한간호협회 보도자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호법안 검토 보고서
간호법 해외 입법례 검토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
최성경, '간호 단독법 제정 필요성과 실현 방안에 관한 연구'
2006년 '간호사법 공청회' 자료집
김강현·김희정, '입법공백과 딜레마: 간호법 제정지연의 분석'
송명환,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관한 소고'
[검증내용]
▲ 간호법 처리, 국회 앞 두 가지 입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보건의료 제도의 중심에는 의사와 의료기관이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2조)은 의사의 업무를 '의료와 보건지도'로,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의하고 있다. 의사를 병원에서 행하는 진료와 의료 행위의 주체로, 간호사는 이를 돕는 진료 보조자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의료법은 1951년 제정된 '국민의료법'으로 출발해 여러 차례 개정됐으나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간호계는 1970년 초부터 간호 업무에 대한 법적 규제 개선을 요구했으며 1980년대 들어선 간호법 제정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1990년대엔 연세대 간호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간호법에 대한 학술연구를 본격화했고, 이는 국회 공청회를 거쳐 지금까지 세 차례나 간호법 제정안이 발의되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05년(17대 국회)과 2019년(20대 국회) 발의 법안은 의협 등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현재는 2021년 국민의힘 서정숙·최연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세 법안을 합친 대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있다.
▲ [표] 국회 본회의 상정 '간호법 제정안' 일부 [※자료=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호법 대안]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갈등을 살펴보면, 의협은 전통적인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 수직적 업무 관계를 전제로 하는 현행 의료법 체계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이 보건의료 시스템의 안정과 국민 건강권 보장에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의협은 간호사의 업무와 권한 및 책임을 별도로 규정하는 간호법이 새로 제정되면 일원화된 의료법 체계를 흔들고 협업 시스템을 훼손할 것이라고 여긴다. 또한 간호법 제정 시도가 간호사들의 권익을 위한 직역 이기주의이며, 직역 간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간주한다.
이에 반해 간호계는 70년 이상 유지된 현행 의료법 체계가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경제 수준 향상으로 달라진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의료 시스템의 개선을 제약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건강의 패러다임이 병원, 치료 중심에서 지역, 예방·관리로 바뀌고, 간호 서비스 영역이 병원을 벗어나 노인요양원·보건소·학교·사업장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요구되는 간호사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호법 제정 주문에는 이 같은 간호계 요구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13만2천65명으로 2009년 9만8천434명에서 연평균(CAGR) 2.5% 늘었으며, 간호사는 같은 기간 25만8천568명에서 45만7천849명으로 매년 평균 4.9%씩 증가했다.
▲ [표] 국내 면허 의사·간호사 수 현황 [※자료=2022 보건복지통계연보 취합]
비교적 최근 불거진 해외 간호법 입법 사례를 둘러싼 공방도 간호법에 대한 이 같은 시각차가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간호법 입법례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작년 1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다. 간협에서 평소 '세계 90개국이 독립적인 간호법을 갖고 있거나 제정 중'이라며 간호법 제정의 근거로 해외 사례를 제시해왔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OECD 38개 회원국을 자체 조사한 결과 오스트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터키 등 11곳만 독립적인 간호법이 있고 나머지 27개국은 간호법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자 간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간호법을 가진 OECD 회원국은 33개고 이를 포함해 전 세계 96개국이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맞섰다. 간협 자료에는 OECD 38개국 중 한국, 코스타리카, 칠레, 멕시코, 이스라엘 등 5개국을 제외하고 모두 간호법이 있는 것으로 분류돼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어디서 생겼을까? 분석 결과 원인은 독립적 간호법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분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 국회 검토 '주요국 간호법 입법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호법안 검토 보고서 발췌]
보도자료에서 간협은 별도의 간호법이 있느냐 하는 형식보다 간호사의 업무와 책임을 독립적으로 규율하고 있는지를 주된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유럽국가간호연맹(EFN)에 가입된 26개국은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제정한 통합 간호지침을 준수한다는 이유로 간호법 보유국으로 분류했다. 또한 과거 독립된 간호법을 보유하다 다른 법과 통합한 호주와 뉴질랜드도 법 취지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을 들어 간호법 보유국으로 간주했다.
반면 의협은 간호법이 다른 의료법에서 완전히 분리된 단독법 형태로 존재하는지를 엄격히 따지고, 시행령 같은 하위 법령 형태를 취할 경우 간호법 보유국에서 제외했다. 의료 관련 법규를 공중보건법이란 하나의 법전으로 포괄하는 프랑스의 경우 간호사 직종을 독립적으로 규율하고 간호사에게 의료적 처방 권한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하지만, 간호법 미(未)보유국으로 분류했다.
이를테면 일원화된 의료법 체계를 고수하는 의협은 해외 입법례에서도 간호법의 형식에 방점을 찍은 반면, 간호사의 독립적 역할을 법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간협은 법의 실질적 내용에 주안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양측의 분류 결과는 우리나라 정부 당국의 검토 결과나 학계의 연구와도 차이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국회 복지위에 간호법 해외 입법례 검토 결과를 보고했는데,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11개 주요국을 검토한 결과 일본,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6개국은 독립된 간호법이 있고, 프랑스,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는 미보유국이라고 분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미국, 영국의 경우 복지부는 물론 국회 복지위의 검토 보고서와 다수의 학계 연구논문들도 간호법 보유국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유국에서 제외한 의협의 분류는 보편적이지는 않다.
▲ '간호법 제정하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 복지위에 보고된 간호법 해외 입법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간호법이 연방법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에서 간호법을 제정했으며, 간호사를 독립적인 전문 직종으로 규율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된다. 영국은 2001년 제정된 '간호와 조산 명령'(The Nursing and Midwifery Order) 등에서 간호사를 약사, 치과의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규율하고 있다.
국회 복지위가 국회도서관과 입법조사처 조사자료를 토대로 파악한 주요국 간호법 입법 사례(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호법안 검토 보고서)에는 미국, 일본, 영국, 덴마크, 뉴질랜드,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가 포함돼 있다.
또 간호법 관련 학술논문들은 주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중심으로 해외 입법례를 언급하고 있다.
간호법 해외 입법례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의 2019년 논문 '간호 단독법 제정 필요성과 실현 방안에 관한 연구'(최성경)는 OECD 회원국을 비롯한 고소득 국가 44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는데, 자료 조사를 통해 판단이 가능한 24개국 가운데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싱가포르, 홍콩, 바하마, 브루나이 등 13개국을 간호 단독법 보유국으로, 프랑스와 아이슬란드는 간호법을 하위 법령에 둔 나라로 분류했다.
▲ 간호법 투쟁 선포하는 의협 [연합뉴스 자료사진]
간호법 보유국이 90개국 이상이라는 간협 주장은 최근 제기된 게 아니라 1990년대 연세대 간호정책연구소가 주축이 된 간호법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06년 국회 복지위가 주최한 '간호사법 공청회' 자료집에 실린 김의숙 연세대 간호대학 교수의 발제문을 보면 "국제간호협의회(ICN)의 도움을 받아 세계 80여개국 이상이 간호 단독법을 정비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다. 그러면서 간호 단독법 입법 국가로 주요국 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태국, 필리핀,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을 소개했다.
간호법을 주제로 다룬 학술논문들은 대체로 간호법 입법을 세계적 추세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하는 학술지 '입법과 정책'에 실린 2020년 '입법공백과 딜레마: 간호법 제정지연의 분석'(김강현·김희정) 논문은 우리나라 의료법을 간호 환경 변화의 세계적 추세에 대응하지 못한 전근대적 규범으로 평가하면서 2018년 기준 개별법으로 간호법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를 80개국으로 봤다.
2022년 발표 논문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관한 소고'(송명환)는 보건의료 분야와 사회 전반의 전문 직종에 개별적 법률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 공통의 보편적 입법체계라며 아시아·아프리카 등 세계 90여개 국가에서 독립적인 간호법을 제정·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독자적인 간호법 입법을 세계적 추세로 보고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을 반박하는 학술 논문도 찾아봤으나 찾기 어려웠다.
▲ 의료계 '간호법 제정' 갈등 [연합뉴스 TV 제공]
설령 외국의 간호법 입법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해도 법체계가 다른 우리나라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의 간호법 입법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독자적 간호법 마련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란 지적도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는 작년 2월 국회 보고 자료에서 간협이 제시한 90개 간호법 보유국을 검토한 결과 "간호 직역에 대한 규율이 주목적"이었고 "국내 발의된 간호법안과 같이 간호인력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가별로 법령 구조와 보건의료 법체계가 상이하므로 단순한 비교·답습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의 2019년 논문도 "해외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반드시 기초연구로서 필요하나 선진국이 이미 하고 있으니 우리도 간호 단독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2000년대 초반 간호 단독법을 주장할 때와 동일한 프레임으로는 지금 사회에서는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의협은 OECD 38개국 가운데 11곳만 독립적인 간호법이 있다고 밝혔고, 간협은 OECD 회원국은 33개, 전 세계 96개국이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맞섰다. 이러한 차이는 독립적 간호법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분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간협은 간호사의 업무와 책임을 독립적으로 규율하고 있는지를 주된 기준으로 삼았고, 의협은 단독법 형태의 간호법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즉, 의협은 법의 형식에 방점을 찍었고 간협은 법의 실질적 내용에 주안점을 뒀다. 간호법을 다룬 학술논문들은 살펴보면 대체로 간호법 입법을 세계적 추세로 인정하고 있고, 전 세계 8~90여 개국이 개별법으로 간호법을 규정하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의사-간호사 다투는 '간호법', 다른 나라도 많이 제정한 법이다'는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근거자료1: 의료법근거자료2: 국민의료법근거자료3: 언론 보도 (2005년 간호법 관련)근거자료4: 언론 보도 (2019년 간호법 관련)근거자료5: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호법 대안근거자료6: 언론 보도 (의협 입장)근거자료7: 언론 보도 (간호계 입장)근거자료8: 2022 보건복지통계연보근거자료9: 의협 'OECD 회원국 간호법 현황조사 보고 및 우리나라 독립 간호법 추진에 대한 문제' 보도자료근거자료10: 대한간호협회 보도자료근거자료1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호법안 검토 보고서근거자료12: 간호법 해외 입법례 검토근거자료13: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근거자료14: 간호 단독법 제정 필요성과 실현 방안에 관한 연구근거자료15: 2006년 간호사법 공청회 자료집근거자료16: 입법공백과 딜레마: 간호법 제정지연의 분석근거자료17: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관한 소고근거자료18: 언론 보도 (복지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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