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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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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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공상과학 영화 ‘아바타’를 보셨나요? 인류가 외계 행성 판도라를 침략한다는 설정의 영화죠. 이 외계 행성은 아득히 먼 곳에 있어요. 빛의 속도로 가도 4.4년이 걸린다고 해요. 인류가 판도라를 침략하는 건 지구에선 구할 수 없는 ‘꿈의 물질’을 채굴하기 위해서예요. 영화에선 인류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할 자원으로 묘사되죠. 판도라 원주민인 나비족이 이 자원의 채굴을 막자, 인류는 대규모 군사 부대까지 파견해 전쟁을 일으켜요. 오늘 영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아바타’에서 꿈의 물질로 그려지는 자원은 ‘상온 초전도체’란 건데요. 현실에서도 이 상온 초전도체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중이거든요. 이미 관련 소식을 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최근 한국에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등장했어요. 이들은 ‘실험실에서 몇 가지 물질을 섞어서 구워봤더니 상온 초전도체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해요. 구리나 납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들이죠.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이들의 연구 결과에 주목하는 모양새예요. 학계뿐만 아니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화제예요.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연일 들썩이는 중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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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Church의 아바타 컨셉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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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는 일상적인 온도(상온)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를 의미하는데요. 대체 초전도체가 무엇이고, 또 상온 초전도체는 어떤 자원이기에 이렇게 난리가 난 걸까요? 초전도체, 너 정체가 뭐야? 초전도체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보이는 물질을 의미해요. 첫 번째 특성은 에너지의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다는 거예요.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거든요. ‘에너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특성으로 평가받죠. 현재 기술 수준으론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각 가정이나 산업현장으로 보낼 때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요. 전기저항 때문에 한국에서만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전력이 송전 손실로 사라진대요. 전기저항이 없으면 아주 먼 곳까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내는 게 가능해져요. 예를 들면 사막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뒤 다른 대륙으로 전력을 보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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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크기도 훨씬 작아질 수 있어요. 고성능 전자기기를 개발할 때 최대의 적은 발열이에요. 성능을 높이거나 크기를 줄이고 싶어도 기기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문제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전기저항이 없으면 발열도 사라진다고 해요. 슈퍼컴퓨터를 스마트폰 크기로 줄이는 것도 가능한 거예요. 초전도체의 두 번째 특성은 ‘마이스너(Meissner) 효과’예요. 외부 자기장이 초전도체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고 튕겨 나가는 성질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죠. 마이스너 효과로 인해 자석 위에 초전도체를 올리면 자기장이 초전도체를 밀어내면서 초전도체는 공중 부양하게 돼요. 복잡하게 들리지만, 한마디로 공중에 물체를 띄울 수 있는 특성인 거예요. 마이스너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자기부상열차예요. 자기부상열차는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운송수단으로 평가받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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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에 등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언옵테늄’의 모습. 영화에서 인류는 지구에선 구할 수 없는 언옵테늄을 채굴하기 위해 판도라를 침공했음. 자료=아바타 영상 갈무리 |
초전도체는 자동차 산업에도 혁명을 몰고 올 수 있어요.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터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죠. 장난감 자동차에도 들어갈 작은 크기의 모터로 진짜 자동차를 굴리는 게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요. 초전도체는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인류의 운명을 바꿀 물질’이라고도 불리죠. 그러면 초전도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어? 사실 초전도체로 쓸 수 있는 물질은 이미 여러 종류가 발견됐어요. 문제는 초전도체를 일상에서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거예요. 그동안 발견된 물질들은 모두 온도를 극한으로 낮추거나, 엄청나게 높은 압력을 가해야만 앞서 설명한 초전도체의 두 가지 특징을 모두 보였거든요. 아무리 유용한 물질이라 해도 일상에서 이런 환경을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비용도 많이 들고요. 현재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초전도체의 절반 이상이 자기공명영상(MRI)에 사용되는데요. 영하 200도 아래로 낮추는 냉각장치가 필수라고 해요. 아주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MRI 검사가 비싼 것이고요. 만약 일상적인 온도(상온)에서 초전도체의 특징을 보이는 물질을 발견한다면 활용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거라고 해요.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면 당장 MRI 검진 비용이 저렴해지는 건 물론이고, 앞서 언급했던 많은 기술 발전이 현실화할 수 있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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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 꼭 찾고 말 거야” 상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어요. 사실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일반적인 초전도체는 110년 전쯤에 발견됐죠. ‘일반’ 초전도체가 처음 발견된 건 1911년이에요. 수은이 영하 269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거든요. 이후 과학자들은 다양한 물질들을 실험해 보면서 더욱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연구했어요. 언젠간 상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찾게 될 거란 희망을 품고요. 실제로 2015년에는 영하 70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이 발견됐어요. 문제는 150만 기압에 달하는 강한 압력으로 압축했을 때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거예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는 압력이 1기압이라고 해요. 압력밥솥 내부가 2기압이라고 하니, 150만 기압이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압력이죠. 2020년에는 미국의 한 연구팀이 ‘100만 기압, 영상 15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어요. 물론 100만 기압도 조성하기 쉬운 조건은 아니지만, 상온(영상 1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과학계는 주목했죠. 하지만 이 연구팀이 공개한 논문은 데이터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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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 물질이라며 공개한 LK-99(작은 물체)의 모습. 자료=퀀텀에너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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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기가 어려운 게 상온 초전도체인데요. 최근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발표한 내용은 기존 연구 성과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에요. 지난달 22일 민간 연구 회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라는 곳에서 “상온·상압(1기압) 초전도체 물질 ‘LK-99’를 만들었다”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LK-99는 영상 127도 이하에서 초전도성을 보인다고 해요. 영상 20도든 10도든 일상적인 온도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초전도체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거죠. 기압 조건도 없어요. 그냥 1기압에서 초전도성을 보인대요. 이게 된다고..? 믿어도 되는 거야? 이번 연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회의적이에요. 일단 연구 결과가 구체적이지 않고 전문성도 떨어져 보인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죠. 한마디로 ‘뭔가 영 엉성해 보인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과학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의 제작 방법이 투명하게 공개됐기 때문이에요. 사기를 치려는 목적이라면 뭔가를 감추려 했을 텐데, 그런 느낌은 아니라는 거죠. 현재 각국 연구 기관이 공개된 LK-99 제작 방법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해 보고 있는데요. 아직까진 ‘상온 초전도체가 만들어졌다’고 발표한 곳은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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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뿐 아니라 주식 시장도 들썩이는 중이에요. ‘상온 초전도체와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다’라는 추정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폭락하는 종목들이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상온 초전도체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해요. 아직 연구 결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만약 검증된다 해도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는 건 또 다른 이야기거든요. 실험실에서 엄격한 조건을 맞춰서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해도, 일상에서 사용할 때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튀어나올 수 있죠. 과연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맞을까요?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게 인류의 운명을 바꿀 물질의 탄생 과정일지 아니면 지나가는 해프닝에 불과할지, 진위가 가려질 때까진 냉정한 시각을 유지해야겠네요. |
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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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전도체는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고, 공중에 물체를 띄우는 데도 활용할 수 있는 물질. 하지만 아주 낮은
온도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음.
2 최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음. 사실일 경우 인류의 운명을 바꿀 연구 성과로 평가받게 될 것임. 3 현재 이들의 연구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 상온 초전도체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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